"나의 PO 도전일지"를 통해 제가 PO가 되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부터 PO로서 일할 때 까지 그 일련의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학생 그리고 취준생 기간을 거치며 점차 형성되는 제 PO로서의 가치관을 중점적으로 담아봅니다. 앞으로 펼쳐질 커리어 여정에서 오늘의 기록이 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조금의 도움이 되길 희망하며 기록을 시작합니다. 2024. 7. 18. (목)
사진을 전공하던 내가, 현재 PO를 꿈꾸는 것은 곧 내게 큰 도전이다.
몇 번이고 속으로만 생각하던 블로그 운영을 드디어 시작한다. 공개적인 글을 써본 적도 없고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는 게 좋을까?'라는 고민 앞에 막막한 마음이 들어, 이제껏 그 어떤 블로그를 시작해 보지도 못했다. 그러다 며칠 전, 커리어 여정 속에서의 '나'를 기록하는 블로그를 운영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드디어 오늘 "나의 PO 도전일지"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나의 PO 도전일지"의 첫 번째 글에서는 과거에 사진을 전공하던 내가 어떤 과정을 통해 내가 PO를 꿈꾸게 되었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뤄본다.
사진을 전공하던 내가, 현재 PO를 꿈꾸는 것은 곧 내게 큰 도전이다. 단순히 전과가 아닌, 전공하는 매체가 달라졌다는 관점에서 과거에 사진을 전공하던 내가 현재 PO를 꿈꾸는 상황을 바라보면, 내가 말한 "큰 도전"의 의미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해 볼 수 있다. 그럼, 과거와 현재의 전공을 '매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자. 과거에 나는 사진예술학과를 다녔고 사진 예술은 올드 미디어(old-media)에 가깝다. 현재 나는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에 다니고 있고, 디지털미디어는 뉴 미디어(new-media)에 가깝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과거에 올드 미디어를 전공하던 내가 현재는 뉴 미디어를 전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PO라니.. 아무리 학문의 경계가 없다고 하지만, 매일이 새로운 도전이다.
사진에서 기획으로: 새로운 도전의 여정
그럼, 어쩌다 내가 이런 도전을 택했을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사진을 전공하던 내가 PO를 꿈꾸게 된 계기를 차근차근 설명해 볼까 한다. 사진을 전공하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미대 입시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내게 크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사진을 전공하게 됐지만, 사진을 전공하는 것은 내 적성에 잘 맞았고 실제로 재능도 있었다. 다만, 몇 년간 사진을 전공하며 사진 매체가 지닌 표현의 한계를 몸소 느꼈고, 그 한계는 콘텐츠 시장 내에서 좁아지는 매체의 입지와 국내 사진학과의 낮은 취업률이 잘 나타내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전공하는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매체에 목이 말라 있었고, 결국 사진을 전공하면서도 디지털 아트, 3D 등을 사진에 접목해 다른 매체를 다뤄보려는 시도를 계속 이어 나갔다.
이런 시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매체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커져만 갔다. 특히, 예술사진이 아닌 상업사진을 지향해서 그런지,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더 높은 차원의 시각적 표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점차 커졌다. 결과적으로 나의 이런 생각은 졸업 직전까지도 이어졌고, 사진예술학과의 학과장님을 설득하여 동영상 포맷의 졸업 작품을 TV 디스플레이로 전시하기까지 이르렀다. 사진예술학과에서는 졸업 작품으로 사진 포맷의 예술 작업을 액자로 걸어 전시하는게 일반적인 점을 고려했을 때, 당시 내가 얼마나 새로운 매체에 목이 말라있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럼, 일반적이지 않은 졸업 작품과 지금 내가 PO를 꿈꾸는 것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나는 일반적이지 않은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획'을 처음 경험하고, '기획'에 흥미를 느꼈다. 그 당시 나는 졸업 작품으로 “Velocitá6”라는 가상의 레이싱 게임을 기획하고, 그 게임을 홍보하는 이미지를 제작했다.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교수님의 조언으로 레이싱 게임의 소구점을 조사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 기획을 조금이나마 경험해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조사한 소구점을 토대로 광고 사진을 제작하고 더 나아가, 사용자가 레이싱 게임을 할 때 접할 수 있는 화면 단위로 제작한 이미지를 활용해 동영상으로 최종 제작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의 새로운 매체에 대한 갈등이 일반적이지 않은 졸업작품으로 이어지고, 그때 처음으로 레이싱 게임 여정에서의 사용자(유저) 스토리 및 플로우 등을 고려해 콘텐츠를 기획하는 경험을 한 것이다.
인생의 전환점: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
새로운 매체에 대한 갈증이 극대화 되어있는 상태에서, 졸업 작품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렇게 사진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나는 군에 입대했다. 1년 6개월,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나는 군 복무기간 동안 두 가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따른 활동을 중점적으로 했다. 첫 번째는 학습할 새로운 매체(분야) 선정, 두 번째는 개인에 대한 탐구이다. 이 두 가지 목표는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데, 개인에 대한 탐구를 통해 알게된 나의 성향이 새롭게 학습할 매체와 부합하는지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모든 걸 고려해보자'는 생각에 흥미를 느꼈던 콘텐츠 기획 경험을 뒤로 하고 커리어 플랫폼의 직무 카테고리를 하나씩 보며 영상, 3D, 모션 그래픽 등 정말 많은 매체를 학습을 위해 고려했다.
다양한 매체 중에서도 '실감미디어'라는 매체(분야)에 관심이 갔다.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고 학습하는 걸 좋아하는 나의 성향, 매체의 확장성 그리고 시장에서의 입지 등이 그 관심의 요인이었다. 여기에 군 복무 기간 동안 높아진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만나, 실감미디어를 이용한 브랜디드 콘텐츠 기획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토대로 전역 후 독학, 진학(국내/해외)을 고려했는데 내가 다니던 학교의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큰 관점에서 사용자 경험(UX)과 브랜드 경험(BX)을 중심으로 가르친다는 사실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또한, 우리 학교가 혁신융합대학(COSS)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어 실감미디어 사업단의 직접 학과일 경우 관련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듣게 되었고 나는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 지원을 결정했다.
초심자 앞에 펼쳐진 UX 필드(field)
막상, 진학하고 나니 '디지털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하는 동시에 실감미디어도 배우자'라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상황이 흘러갔다. 진학 후에 디지털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실감미디어 관련된 수업도 수강해 봤지만,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졸업 전까지는 '실감미디어'라는 매체에 대한 학습에 집중하기보다는 UX 전반에 대한 학습에 집중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첫 번째는 실감미디어라는 매체(분야)의 상용/적용 범위가 넓어지기 위해서 하드웨어적인 개발과 함께 대중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이유는 UX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지라 UX 전반에 대해 학습하기에도 벅찼다. 그래서, 기획자로 일하고 계시는 선배님께 의견을 여쭤봤고, 나는 데스크탑과 모바일 디바이스(웹/앱) 위주의 UX에 대한 학습을 먼저 하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운 형태의 컴퓨팅 디바이스 출시되고 대중화가 되었을 때, 그때도 실감미디어 기반의 콘텐츠 도메인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지식을 학습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지금 와서 1년 간의 학교생활을 돌아보니 말 그대로 끌려다닌 것 같다. 3학년 2학기부터 사용자 경험(UX)과 브랜드 경험(BX) 관련된 수업을 들었는데 사용하는 용어와 개념, 팀 프로젝트 진행 방법, 사용하는 툴 등 모든 게 새로웠다. 군대에 있을 때 열심히 공부했기에, 내 지식의 수준이 결코 동기들 못지않았지만 나는 그동안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경험이 없었고, 특히 팀 프로젝트에서는 이론보다는 경험 그리고 요령이 필요했다. 어떤 과목에서는 반을 대표하는 우수작에도 선정되었지만, 어떤 과목에서는 형편없는 점수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3학년으로 1년간 재학하며, 겨우 UX 필드(field)에 발을 디뎠다. 간신히 발을 디디고 정신을 차려보니,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4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건강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어떤 뚜렷한 방향성 없이 취업을 준비한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휴학을 선택했다.
1년 간의 휴학 그리고 4가지 목표
막연히 기획자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는 있었지만, 1년 동안 브랜드 경험 기획 그리고 서비스/프로덕트 기획의 길목에서 하나를 선택하지도 못한 채로 휴학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휴학을 결심하고 네 가지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차례대로 이행해 나갔다.
- 첫 번째 목표: 브랜드 경험과 서비스/프로덕트 기획 희망하는 직무 선택하기.
- 두 번째 목표: 선택한 직무 또는 업에 대한 이해하기.
- 세 번째 목표: 직무 관련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학습하기.
- 네 번째 목표: 직무 관련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경험하기.(대외활동, 인턴쉽 등)
휴학 후 첫 번째 목표인 직무를 선택하기 앞서 기획자와 관련된 직무명을 커리어 플랫폼에서 훑어봤다. 서비스 기획자, UI/UX 기획자, UX 기획자, PM, PO 등 채용 공고마다 다양한 직무명이 적혀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봤고, PM? 기획자? UX? 잘 알고 쓰자.라는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필자는 글에 사업기획, 제품전략, 제품개발 세 가지를 기준으로 디지털 프로덕트 개발과 관련된 직무를 "Software Product Job Matrix"라는 표로 분류해뒀는데, 이 표를 보고 직무명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정도 풀 수 있었다. 어떤 직무가 있는지 대략 알게된 나는 곧장 그 표에 언급된 직무의 JD(Job Description)를 찾아보면서, 직무에 따른 역할과 요구되는 역량 등에 대하여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PO를 꿈꾸는 이유
그렇다. 사실, 내가 PO라는 직무를 꿈꾸게 된 건 불과 몇 달 되지 않았다. 첫 번째 목표인 직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강의, 영상, 글 등을 접하게 되었는데 서비스 기획자, PO, PM 직무 명에 집착하기보다는 "프로덕트의 가치를 극대화는 방향과 방법을 찾아 실현하는 일"이라는 업의 본질에 초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업의 본질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이 직무를 나의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요목조목 따져보면 분명 그 이유를 말할 수 있겠지만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더 자세한 이유를 적어볼 수도 있지만, 내가 다음에 올릴 [군대에서 시작된 나 바로 알기]부터 순차적으로 PO라는 직무를 나의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를 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PO 도전일지" 첫 번째 글에서는 과거에 사진을 전공하던 내가 어떤 과정을 통해 내가 PO를 꿈꾸게 되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얘기해 봤다. 궁극적으로 "기본은 하는 PO"가 되기 위해서, 요즘 나는 세 번째 목표 "직무 관련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학습하기"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는 직무의 특성상 "기본은 하는 PO"가 되기까지 어려운 도전이 되겠지만, 최대한 이 과정을 즐기고 싶다. 언젠가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겠다는 열정 하나로,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나아가야겠다.